살인적인 더위를 살면서 몇 번 경험했습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해는 94년. 그 당시 더위는 정말 생각하기도 끔찍했었습니다.
처음으로 열대아가 지속되고 최고 온도가 경신되고 하는 엄청난 더위였습니다.
지금처럼 에어컨이 모두 있던 시절도 아니었고
제가 유복하게는 살지 못했으나 그래도 서울 중산층으로 살았음에도 에어컨은 생각도 못하던
시절이라 아침 9시부터 쏟아지는 더위에 방학 때라 늦잠 자고 싶었는데 더워서 깨는
그런 시절이었고 정말 도망갈 곳이라곤 도서관같은 곳밖에 없었지만 그 시절이 더 기억에 남는 건
90년대의 중심이었고 IMF전의 저물가 대한민국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던
때였지 않았을까 합니다.
당시에도 피서를 가던 시절이었고 지금처럼 해외여행은 아니더라도 계곡으로 산으로
여행을 가던 시절이었지만 저는 마땅히 어디 갈 곳도 없었고 당시에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을 차근히 모아서 음반을 사서 들었는데요.
그 당시 아르바이트로 펜더 스트렛도 사고 깁슨 레스폴도 사고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여행은 정말 꿈도 못 꿀 시절이었고 제가 가지고 싶은 기타나 앰프 앨범 구입할 돈을
모으기에 여름 방학은 정말 길고도 좋은 기회였습니다.
이게 나이를 먹어도 바뀌질 않게 되더군요.
올해 여름 역시 가을 프로젝트를 위해서 일하다 보니 남들 다 가는 해외여행이나 피서는
꿈도 꿀 수 없었고 그 지긋지긋하던 94년 여름에 비할 바 되지 않을 더 무시 무시한
올해 더위에도 제 작업실이나 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제가 생각한 피서법은 제가 사고 싶었던 LP나 사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앉아서 듣자는 생각을 했고 바로 이번에 몇 번이나 벼르고 별러 결국 거금을 들여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 LP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이 앨범은 아시다시피 발매 시점에 거의 LP를 내지 않았을 시절이었음에도 3장짜리로
처음 발매가 되었는데 이게 LP마스터링으로 제작을 하지 않아 LP로 재생 시
문제가 생겨 그 앨범이 다 수거되는 일이 있었는데 이미 팔려버린 앨범은 수거가 되지
못하고 그대로 소장하고 있는 분들은 앨범이 불량임에도 지금 엄청난 고가의 앨범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이후 2000년대 중반에 정식으로 발매된 최초의 LP부터 고음질반 180g으로
4장으로 발매가 되었는데 고음질반으로 제작된 앨범이라 정말 HI FI 음질로 감상을 할 수
있는 LP가 되었고 이후 2010년대에 다시 한번 4장짜리로 역시 고음질반으로 제작을 하여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 앨범 역시 다른 재발매반과 마찬가지로 4장짜리로 발매가 되었고
가사집과 컬러 픽처 가사집이 수록되어 있는 기존의 재발매 LP의 공식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처음 CD에서 그대로 이식해서 LP를 만들던 3장짜리의 실수를 거울삼아
LP마스터링의 완성도가 오히려 나오면서 점점 올라가는데요.
이번 앨범 마스터링 소리도 역시 예술입니다.
앨범만 봐도 단독 앨범이 아니라 무슨 밴드의 박스셋 앨범처럼
구성이 화려하다 보니 가격도 매우 화려했습니다.
지난번 발매 때는 90여불 정도 운송료 합하면 그 당시 환율 적용하여 11만원
정도에 구입이 가능했었는데
이번 구매는 환율과 운송료의 인상으로 인해서 15만원이 훌쩍 넘어버렸습니다.
뭐 해외여행 가면 몇백은 우스운데 그까짓 15만원정도야... 하기에는
단독 앨범인데 이 정도 돈을 쓴 건 거의 처음이 아닐까 생각하네요.
이 앨범은 아시다시피 95년 10월에 발매가 되었고 거의 나오자마자
빌보드 차트 1위를 찍은 앨범입니다.
단순히 스메싱 펌킨스의 대표 앨범이 아니라 90년대를 대표하는 앨범 중 하나로
우뚝 선 앨범인데요.
28곡이 수록된 더블시디 앨범임에도 천만장이 팔려 다이아몬드 레코드로 인증된
예술성과 상업성을 모두 잡은 최고의 앨범입니다.
빌리코건이 이 앨범은 꼭 더블 시디로 발매해야 했고 나도 유명 뮤지션들처럼
더블 앨범을 제작하고 싶었다고 말했을 정도로 대작을 생각하고 있었고
전작 siamese dream이 빌리코건 개인의 역량으로 만든 앨범이라면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는 멤버들의 협력으로 만들어진
앨범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더블 앨피 앨범 작업은 강행군이 될 수 밖에는 없었고
모두 엄청 지쳤다고 하네요.
앨범의 대성공은 긴 투어로 이어졌고 거기서 비극이 잉태되기 시작하는데요.
1996년 7월 11일 사달이 나기 시작합니다.
호텔에서 객원 멤버 멜보인이 변사체로 발견되는데 사인은 마약과용으로 밝혀졌고
같이 마약을 한 인물이 드러머 체임벌린이었습니다.
바로 체임벌린은 밴드에서 해고되었는데 아쉬운 것은 베이시스트 다아시와
멜보인이 연인관계였고 그 일로 체임벌린과 다아시는 다시는 밴드를 같이 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다아시가 밴드에서 나간 이후 다시 체임벌린이 돌아온 것과 지금 제임스 이하가
다시 합류했음에도 다아시의 합류 소식은 감감무소식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저의 20대를 화려하게 수놓아준 멋진 앨범이었고
저는 발매된 지 일주일이 지나서 신촌의 수입 앨범 가계에서 이 멜랑콜리의
CD를 그 당시 3만원을 주고 구입을 하였습니다.
그게 위의 시디 인데요. 당시는 씨디 복사기 가격이 100만원이 넘었고
정말 저 시디만으로 노래를 감상했어야 했던 시기였기에
정말 마르고 닳도록 저 앨범을 듣고 다녔습니다.
제가 감사하는 것 중 하나는 제가 90년대에 10대 -20대를
겪었다는 점입니다.
정말 멋진 앨범과 밴드가 봇물처럼 나오던 그 멋진 시절에
서울에서 살았기에 수입 앨범도 구입하고 친구들과도 서로
시디를 돌아가면서 감상할 수 있었기에 수많은 음악 추억에
너무나 기쁜 10대와 20대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는 20살이 막 된 저에게
정말 많은 추억을 선사해 줬습니다.
LP를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추억의 기억을 다시 살릴 수 있는
휴가를 만들기 위한 훌륭한 스메싱 펌킨스의 유산이기 때문입니다.
이 앨범은 제가 한 자리에 앉아 한번에 감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28곡 2시간 2분의 대장정을 견디질 못했었는데요.
94년과 2018년에 대적할만한 무지 막지 한 이 더위를 이겨낼
피서와도 같은 2시간 2분을 즐겨볼 생각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앨범을 기억하시는지요.....
멋진 앨범들로 가는 피서도 나쁘지 않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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