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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Dirty Beaches Seoul Live (더티 비치스 서울 라이브)

by Feelstar 2013. 2. 18.


 슈퍼 컬러 슈퍼의 라이브 씨리즈가 멋있게 다시 부활했습니다.


사실 국내 밴드들의 공연 기획 문제가 있었기도 했고, 내한 공연 씨리즈도 중단됐기 때문에


어찌보면 이대로 그냥 끝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했지만 다시 시작된 라이브 공연은 음악을 듣는 한 사람으로


너무도 기쁜일이었습니다.


 Dirty Beaches... 좋은 음악을 소개시켜주었던 이웃 블로거인 ENTClic님의 글을 통해서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요.


Lo-Fi계의 떠오르는 뮤지션이자 다작을 하는 대만계 캐나다인인 Alex Zhang Hungtai의


원맨 밴드로 요즘 제가 즐겨 듣는 로파이 뮤직 뮤지션입니다만 사실 내한 공연을 할줄은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었습니다.


 사실 이 공연 역시 갈까 말까 망설이기를 몇번이나 했는데, Dirty Beaches를 아는 주위의 사람이 단 1명도


없었기 때문에 공연을 보러 혼자 간다는 점이 가장 걸렸다고 해야 겠지요.


그렇게 망설이고 있다가 공연장소인 대안공간 문이 바로 옆 동네인 문래동에 있다는 글과


역시 슈칼슈에서 공연을 잡았기에 가능한 25000원이라는 저렴한 표값이 이 공연을 보게 하는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단독 공연에 10만원 이상 표값이 책정되면 가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 저인지라


얼마전 My Blooody Valentine의 공연도 가지 않았는데요.


역시 슈칼슈 아닌 다른 기획사에서 잡은 공연들의 표값들은 여전히 외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가격이


책정된다는 사실이 정말 씁쓸합니다.


 그리고 이번 라이브를 본 가장 큰 이유는 뭐니 뭐니해도 과연 이 곡들을 어떻게 연주할까 하는 궁금증이


가장 컸습니다.^^



 문래동이라는 곳이 원래 구로 공단에 속해 있던 동네로 80년대 전성기를 맞이했던 공단 구역이었습니다.


그 당시 구로동과 문래동에 다닥다닥 붙어 있던 크고 작은 공장들이 밀집해 있던 곳으로


저가 여관과 싸구려 방석집들이 널려 있던 곳으로 서울에서도 정말 위험하고 삭막했던 공장지대중 하나였습니다.


지금은 서울 안에 있는 큰 공장들은 전부 빠져 나가고 구로 공단 역시 세월의 흐름에 따라 사라졌습니다.


아직 남아 있는 소규모 금속 공장들이 따개비처럼 다닥 다닥 붙어 있는 블록이 있는가 하면 조금만 벗어나면


재계발되어서 깨끗하고 큰 아파트들과 그럴싸한 교회가 멋뜨러지게 있는 이중적인 괴상함으로


뒤섞여 있는 곳이지요.


 위 사진은 공연장 입구입니다^^...


오래된 70-80년대 초반에 많이 지어진 획일화된 낡은 빌딩 지하가 바로 대안공간 문 입니다.


공연 전 1시간 정도 여유를 두고 온 이유는 어렸을적과 달라진 문래동을 느껴보기 위해서 인데요.


 

이제는 입주하지 않는 버려진 공장 건물들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돈은 없지만 열정으로 가득찬 예술가들의


공간이 되어 있었습니다. 길을 가다보면 저렇게 멋진 그림도 보이고 낡은 70년대 지어진 건물을 보고 있노라면


밤이라 그런지 꼭 이상한 나라에 간 엘리스가 된것처럼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직도 남아 있는 공장의 용접 냄세와 오래된 건물에서 나는 묵은 냄세가 죽어가는듯 하면서도 새로운 예술의 거리로


바뀐 문래동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낡은 동네의 담벼락 곳곳은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이렇게 수놓아져서 삭막한 공장지대의 느낌과 섞어 꾀나


이상하면서 괴상한 느낌이 듭니다.



 정말 공장 주변은 주말 밤이기도 했지만 정말이지 을씨년스러웠습니다. 꼭 70년대를 생각나게 하는 문래동의


길거리...



 공연 시간인 11시가 가까워져 오자. 사람들이 앞에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예상외로 정말 많은 관객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좀 놀랐습니다. 작년 슈칼슈에서 주최했던 Asobi Seksu 서울 공연의 2배 넘는 관객들이


이미 공연장 밖에서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내려가는 중간 계단 바닥에 있는 공연 포스터...


입장할때는 정말 사람들이 꽉 들어차서 들어가는데만 한참 걸렸습니다.


보통은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예매를 해서 예매자 이름 확인후 입장을 했는데요.


제 앞에 여성분들 2분이랑 저만 현매로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스텝분들이 이제 현매 얼마 남았지 그러니까 이분까지 10명... 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니 제가


생각했던 썰렁한 공연장일 거라는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간것 같습니다.


전번 Asobi Seksu때는 정말 쓸쓸할 정도로 적은 관객이었는데 (그러나 공연분위기는 정말 좋았습니다^^)


이번엔 입장하자마자 미어 터지는 관객들을 보고 120명 한정이라는 슈칼슈 공지처럼


거의 다 찼습니다. 오랜만에 이런 공연을 보는군요.



 2개의 오프닝 후 바로 무대 공연 준비를 하는 Alex Zhang Hungtai. 보통 유투브에서 본것 처럼 혼자서 무대에


오를 것이다는 예상을 깨고 이번 아시아 투어엔 2명의 투어 맴버를 대동하고 공연을 하는것 같습니다.


한분은 기타와 패드 샘플러를 담당하는 분이고 딴분은 프로그래밍과 샘플러 신디사이저를 담당하는 맴버입니다.


이번에 대안공간 문은 처음 와보는데 정말 삭막한 70-80년대 전형적인 지하실임에도 무대 시설과 조명을


꾸밈없이 삭막함을 그대로 놔둔 단촐하지만 분위기에 맞게 잘 꾸며 놓으셨다 생각이 듭니다.


군데군데 전선 튀어 나온곳, 위 사진에도 보듯 하얀 페인트에 검정 끄을음이 그대로 있으면서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딱 동네와 어울리는 클럽이라는 생각입니다.


앰프와 음향 시설은 공간에 맞는 출력의 앰프와 PA 시스템인데, 보통 한국의 공연장이 공연장 크기를 무시한


고출력의 시스템을 운영하다 보니 소리만 컸지 사운드 메이킹이 전혀 되지 않는데 반해


비록 Behringer Combo Guitar Amp와 Ashdown의 Combo Amp, 몇몇개의 다른 10-20와트의 소형 콤보 앰프가 있고


PA도 단촐하지만 규모에 맞는 시스템으로 어떤 홍대의 클럽들보다 듣기에 좋았습니다.




 맨 앞으로 나가서 공연을 관람하고 싶었으나 앞서 밝힌것과 같이 관객들이 너무 많아서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중간


쯤에서 공연을 보았습니다. 보통은 공연전에 리어설 시간에 보통 자리들을 뜨고 메인 공연을 준비들 하시는데


많은 분들이 그대로 기다리고 계시는 통에 어쩔수 없었네요.


많은 뮤지션들이 리어설 시간이 긴데 반에 Dirty Beaches는 정말 빠른 시간에 준비를 마췄습니다.



 처음곡은 역시 가장 최근에 발매된 정규 앨범의 첫번째 곡인 Speedway King.


짙은 리버브가 잔뜩걸린 기타의 타악기 같은 울림으로 점점 고조시키는 분위기는 원곡보다 더 훌륭했고


스테이지를 시작하는데 안성 맞춤인 곡이었습니다. 3:29초 곡인 원곡을 10여분 넘는 곡으로 새롭게 탈바꿈


시키면서 공연의 분위기를 단 한번에 끌어올리는 Alex Zhang Hungtai.


원곡보다 더 절규에 가까운 보컬을 선보이는 그를 보고 한시간 넘는 공연을 과연 소화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정도로 정말 피토하는듯한 음성이 온 스테이지를 점령합니다.



 재미있었던건 Badlands의 곡은 이곡이 마지막이었다는 점입니다.


워낙 다작을 하는 뮤지션이고 수많은 7"싱글과 EP, Soundtrack앨범을 냈기 때문에 어떤곡을 연주할까 그것도


꽤 궁금했었는데 사실 내심 Badlands의 곡들을 많이 불러주겠지 하는 생각을 저 멀리로 날려 보내고


진짜 저도 잘 모르는 곡의 향연을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만


그게 나뻤는가? 하는 점에서는 아니다 라고 바로 말할 정도로 진짜 열정적인 공연이었습니다.


부산에서 온듯한 한 관객도 나가면서 그러더군요. 정말 아는곡은 몇곡 부르지도 않았네^^...


저도 내심 제가 좋아하는 Sweet 17을 라이브로 볼 수있겠다는 생각을 가졌으나 역시나...



 공연이 진행되면서 가죽점퍼를 벗어 재끼고 본격적으로 노래를 부르는 Alex Zhang Hungtai.


매우 특이하게 생긴 마이크를 한손에 쥐고 저렇게 노래를 하는데 포스터에도 보이는 저 마이크가 상당히 궁금합니다^^



 곡에따라 기타를 매고 연주하다가 다시 기타를 내려놓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인상적인데요.


유튜브에서만 보다가 공연에서 보니 오히려 유튜브 영상보다 더 익사이팅하고 볼거리가 많은 공연이었습니다.


물론 음향도 꽤 좋았고요.


 많은 밴드들이 한국 공연장에서 기자재 탓을 많이 하면서 음향에 대한 한탄을 늘어놓는데요.


Dirty Beaches가 쓴 앰프라고는 고작 저가 베링거 콤보앰프와 애쉬다운 앰프였음에도 매우 훌륭한 음색을 들려


주었습니다.


사실 Lo-Fi공연에서 음색이 나오면 얼마나 나오겠어... 라고 저 자신도 생각을 하였고, 사실 큰 기대도 안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만 듣기 좋은 사운드란 비싼 기자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다루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와 듣기 좋은 Lo-Fi 음악이란 이런것이다 하면서 저한테 가르쳐 주는듯한 공연이었습니다.



 곡 중간 중간 끝나면서 관객들한테 한국어로 역시 감사합니다. 같은 인사말을 전하는 Alex Zhang Hungtai.


공연 내내 읍조리다가 절규하는듯한 그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정말 폭발감이라는 것이 이것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끔 뒤의 드럼에 있는 심벌을 발로 차면서 흥을 돋구는 등의 퍼포먼스도 상당히


분위기를 흥분시키는데 만점이었습니다.



 한가지 아쉬웠던점은 공연 내내 많은 관객들이 담배를 피워서 진짜 공연장의 공기가 너무 안좋았고,


이런 것은 사실 슈칼슈 공연의 문제점으로 항상 지적되던 것이었습니다.


그날은 관객도 정말 많아서 그런지 가뜩이나 지하에 환기 시설이 잘 안되는 대안공간 문의 한계와 합쳐서


정말 공기가 탁했고 글을 쓰는 지금도 목이 칼칼할 정도입니다.


지난번 Asobi Seksu공연에서도 흡연 때문에 상당히 공기가 탁했었는데 Dirty Beaches의 공연은 절정을 보여주듯


정말 숨막히는 담배 연기로 옷이 냄세에 쩔었고, 목까지 따끔거릴 정도로 최악을 보여줬는데


혹시 슈칼슈의 관계자께서 이 글을 보신다면 심각하게 공연장 흡연에 대해 방관해왔던것을 제재할 때가 오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공연이 절정으로 다가서면서 갑자기 Alex Zhang Hungtai가 관객석으로 뛰어들어 관객들과 같이 어깨동무를 하면서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여줘 깜짝 놀랐습니다. 바로 제 옆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는데요. 이런것 역시 락 공연에서만


느낄수 있는 짜릿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물론 뒤에 일어나는 일에 비하면 이건 그냥 아무것도 아니었


겠지만 말이지요..^^


만족한 공연을 한듯 세션멤버와 이야기 하면서 무대를 빠져나가는 그의 사진입니다.



물론 그냥 보낼 관객들이 아닙니다. 앵콜을 연발하는 관객에게 보답하고자 무대에 다시 오른 Dirty Beaches.


그런데 오늘의 하일라이트는 바로 그 시점에서 터졌습니다.


어떤 백인 루저와 말싸움이 붙은 Alex Zhang Hungtai가 갑자기 무대를 내려와 주먹을 날릴려고 하자


많은 관객들이 말리고 저 역시 그 근처에 있어서 그를 말리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공연은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많은 내한 공연을 봤지만 이렇게 끝나는 공연은 정말 처음이었습니다.


락 공연이라는게 뭐 이런일도 일어나는 것이겠지요. 아쉽긴 하지만 앵콜을 취소하고 이대로 공연은 끝을 맺었습니다.



 진정을 하고 다시 무대에 오른 Alex Zhang Hungtai는 다시 평정심을 가지고 가지 않은 수많은 관객들에게 미소를


보여주면서 일일히 한명 한명 악수를 해주면서 사인과 사진 촬영을 해주었습니다^^...


비록 이상하게 공연은 끝났지만 제가 본 클럽에서 한 내한 공연중에서는 음향, 연주, 무대매너 모두 다 최고의


공연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정말 즐거운 공연이었고 그 이전에는 Dirty Beaches의 팬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으나 한방에 팬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역시 락 밴드는 라이브를 잘해야 된다는 간단한 진리가 이번에도


통용되는것 같습니다.



 Alex Zhang Hungtai의 보컬에 연결된 이펙터 들입니다.


먼저 Boss의 Boss RC-2 Loop Station과 Boss RC-30 Loop Station이 연결되어 있고 Electro Harmonix의


Holy Grail Plus Reverb와 Holy Grail Nano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기타 이펙터 입니다. 역시 Holy Grail Reverb와 boss의 Heavy Metal 페달과 Cry Baby Wah등등이 보입니다.


기타는 텔레케스터네요.



 신스를 담당한 맴버의 악기입니다. 무대에서 작은 의자에 앉아 좌측에 자리잡고 있었는데요.


상당히 단촐한 구성이지만 사운드는 매우 훌륭했습니다.



 보시면 ROLAND TR-606 Drum Machine과 electro harmonix electric mistress, Poly Chorus 등등을


사용했습니다.



 요즘 보면 수많은 아마추어 밴드들 조차도 페달 보드에 수많은 이펙터들을 산처럼 쌓아 두면서 연주를 하는데


제가 본 내한 뮤지션들은 대부분 페달보드 없이 단촐한 구성에도 정말 멋진 음악을 선보이는것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딱 이 Dirty Beaches의 공연이 그런 공연이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 정말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막판에 황당한 일도 있었지만 이번 공연은 제가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정말 충격으로 다가온 공연이었습니다.


표값도 25000원에 이런 양질의 내한 공연을 봤다는 것 자체가 너무 기뻤고 Dirty Beaches라는 밴드를 새롭게


안것 같아서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젠 쇠락한 공장지대인 문래동이 예술의 거리로 재탄생되는 모습도 보와서 더더욱 기뻤는지도 모릅니다.


한가지 아쉬운점은 슈칼슈의 공연에서 항상 지적되는 흡연에 대한 문제만 빼고는 상당히 좋은 공연이었다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공연장에서 관객들의 흡연으로 인해 공연을 보기 매우 힘들정도의 일이 항상 벌어지는것에 대해서


슈칼슈 분들은 대책을 마련해 주길 빕니다.


그리고 이런 좋은 공연을 계속 기획해준 슈칼슈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도 전합니다.



 공연이 끝나고 집에 돌아갈때 매표소에서 우연히 Dirty Beaches의 음반 2장을 파는것이 보여서 구입하고


도보로 집에 귀가 하면서 그들의 노래를 감상하면서 자전거 도로를 걷고 있으니 기분이 묘합니다.^^


다시 이들의 공연을 볼 수 있을까? 아마도 힘들겠지요.


그래도 기대를 해보면서 글을 마칩니다.




추가로 위의 모든 사진은 제가 직접 찍은 사진입니다.